[ 칼 럼 ] 2026년 3월 20일(금) 대전 대덕구의 자동차 부품제조공장 대형화재로 현재기준 사망 14명, 부상 45명의 대량인명피해가 생겨 전국이 슬픔에 잠겨있다. 그런데 설날 새벽, 대부분의 국민들이 가족과 함께 따뜻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그 시각, 누군가는 가장 차가운 화재현장에서 가장 뜨거운 사투를 벌였다. 2026년 설날을 맞이하던 새벽, 필자는 네 차례 연속으로 화재 현장을 마주했다. 자정 직후부터 해가 떠오르기 전까지 이어진 긴박한 출동은 단순한 직무 수행을 넘어, 우리 사회의 안전 수준을 냉정하게 성찰하는 시간이었다.
대한민국 소방은 2008년 이후 3교대 근무체계를 도입하고, 2020년 국가직화를 통해 전국 단위의 표준화를 이뤄냈다. 이는 분명 제도적 진전이며, 재난 대응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중요한 이정표였다. 그러나 재난현장의 실상은 제도와 다소 괴리를 보인다. 휴가 또는 교육 등으로 인력 공백이 발생하는 순간, 근무체계는 사실상 2교대 수준으로 전환되며, 이는 곧 대응 역량의 피로 누적과 시스템의 취약성으로 이어진다. 즉, 우리는 재난대응체제와 제도를 갖추었지만, 그 제도를 안정적으로 작동시킬‘운영 소방력’까지 충분히 확보하지는 못한 상태이다.
설날 새벽을 맞이하며‘오늘만큼은 평안하고 조용하길’바랐던 기대는 자정 직후 첫 119신고와 함께 무너졌다. 먼 거리의 과일가게에서 시작된 00시 14분 연기 신고를 시작으로, 새벽 03시 44분 환풍기 화재, 04시 08분 21층 공동주택 내 이상 연소 징후 안전조치, 그리고 06시 06분 횟집 수족관 히터 폭발로 인한 화재까지 합하여네 번의 출동으로 단 한 순간의 여유도 허락되지 않았다. 이번 사례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화재의‘규모’가 아니라‘성격’이다. 모든 화재가 일상적 설비에서 비롯된 생활형 화재였다는 점이다. 이는 현대 사회의 재난 양상이 이미 산업현장에서 생활공간으로 이동했음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안전 정책과 인식은 여전히 대형 사고 중심의 대응 패러다임에 머물러 있다. 바로 이 간극이 반복되는 사고의 구조적 원인으로 분석되며 재난사고의 일상화가 진행되는 현실의 모습을 알수 있다.
이러한 현실은 결국 하나의 결론으로 수렴된다. 즉, 안전은 시스템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안전은 인간의 인식과 태도, 즉 ‘인성’에서 출발한다는 점이다. 여기서 말하는‘국민안전인성’은 단순한 준법의식이나 도덕적 구호가 아니다. 그것은 위험을 사전에 인지하고 제거하는 능력, 그리고 타인의 생명과 공동체의 안전까지 고려하는 책임성을 포함하는‘행동 기반의 인성 역량’이다. 환풍기의 먼지를 주기적으로 제거하는 습관, 전열기구의 전원을 확인하는 생활화된 점검, 장기간 비우는 공간에 대한 사전 안전조치 등이다. 이러한 작은 실천들이 모여 사회 전체의 안전 수준을 결정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의 안전인성은 여전히 개인의 자율에 맡겨져 있다. 이 상태에서는 결코 사회 전체의 위험도를 구조적으로 낮출 수 없다. 따라서 국민안전인성은 더 이상 계몽의 대상이 아니라, 국가가 체계적으로 설계하고 관리해야 할 핵심 역량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기업과 조직 역시 예외가 아니다. 오늘날 ESG 경영이 확산되면서‘안전’은 사회적 책임의 핵심 지표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기업들이 안전을 비용으로 인식하고, 사고 이후 대응중심의 관리에 머물고 있다. 이는 본질적으로 한계가 명확한 접근인 것이다. 안전경영의 핵심은 사고 대응이 아니라‘위험의 사전 제거’에 있다. 설비 단계에서 위험요인을 차단하고, 운영 과정에서 상시 점검 체계를 구축하며, 조직 문화 속에 안전을 내재화하는 구조적 접근이 이루어질 때 비로소 사고는 실질적으로 감소한다. 안전을 투자로 인식하는 기업만이 장기적 신뢰와 지속가능성(SDGs)을 확보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것이다.
설날 새벽의 4번의 화재는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 사회 곳곳에 존재하는‘보이지 않는 위험’이 드러난 결과이며, 동시에 우리가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지표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결과일 뿐, 언제든 다른 비극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결국 안전은 소방방재당국의 책임으로 국한해서는 완성되지 않는다. 소방은‘마지막 방어선’일 뿐이며, 진정한 안전은 그 이전 단계에서 이미 결정된다. 국민 개개인의 안전인성, 기업의 책임 있는 안전경영, 그리고 국가의 선제적 안전정책이 유기적으로 결합될 때 비로소 우리는 재난에 강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
이제 정책적 전환이 필요하다. 국민안전인성을 생애주기 교육체계로 제도화하고, 생활밀착형 안전점검을 실질적으로 작동시키며, 기업의 안전경영을 평가와 인센티브 체계에 연계해야 한다. 동시에 소방 대응체계 역시 형식적 교대제에 머무르지 않고, 인력 공백이 발생하지 않는 구조적 운영 모델로 보완되어야 한다. 새벽을 지새운 뒤 맞이한 설날 아침, 피로 속에서 더욱 분명해진 사실이 있다. 안전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일상의 선택이며 습관이다. 그리고 그 작은 선택들이 모일 때, 비로소 한 사회의 안전 수준이 향상되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휘연 김성제 프로필
○ 서울디지털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객원교수
○ 전)건국대 대학원 안보재난관리학과 겸임교수
○ 서울시립대 대학원 재난과학박사(Ph. D)
○ 소방청 인천부평소방서 근무, 암 수술 공상자, 병역 명문가
○『교육학개론』,『안전기술과 미래경영』,『ESG 경영전략』공저출판
○ (사)한국ESG학회, (사)소방안전교육사협회, 국민안전인성 교육문화 연구회 정회원
○ 시인, 수필가, (사)한국문인협회, (사)한무리창조문인협회, 하나로국제문화예술연합회 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