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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자영업 이대로 지커만 볼 것 인가?

[ 한국미디어뉴스 이원희 기자 ]

 

한국의 소비 시장이 ‘양극화’를 넘어 아예 두 개의 시장으로 분리되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초고가 시장은 연일 신기록을 세우며 활기를 띠는 반면, 전통시장·동네식당·소상공인 상권은 혹한기처럼 얼어붙고 있다. 같은 물가, 같은 경제 환경 속에서도 소비 여력은 극단적으로 갈리고 있으며, 이 흐름은 자영업 생태계의 붕괴를 가속하는 구조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최근 크리스마스를 앞둔 연말 소비만 보아도 이런 현상은 적나라하다. 서울의 한 특급호텔이 출시한 50만 원짜리 케이크는 ‘오픈런’을 만들어내며 하루에 몇 개씩 품절 사태를 빚고 있다. 30만~40만 원대 크리스마스 케이크는 예약 경쟁이 치열해 구하기조차 어렵다. 500만 원을 넘는 고가 패딩은 여전히 완판 행렬을 이어가고, 백화점과 복합쇼핑몰은 연말 특수로 붐비고 있다.반면 10만 원 이하 패딩을 내세운 SPA 브랜드들은 생존을 위한 가격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소상공인 경기전망지수(BSI)는 12월 기준 83.2로 전달 대비 큰 폭으로 떨어졌고, 전통시장은 80.8까지 하락해 기준치(100)와 더욱 멀어졌다. 소상공인들은 매출 감소와 경기 침체를 가장 큰 악화 요인으로 꼽고 있다. 같은 연말을 맞고 있지만, 소비 시장은 완전히 다른 두 개의 세계로 나뉜 셈이다.이 양극화된 소비 구조 속에서 자영업 시장의 붕괴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지난해 폐업을 신고한 사업자는 100만 8000곳, 통계 집계 이후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었다. 이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각 상권의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다는 경고에 가깝다. 빈 점포가 늘면 상권은 활기를 잃고, 유동 인구가 줄며 주변 가게마저 연쇄적으로 폐업을 고민하게 된다.더 심각한 문제는, 장사를 해도 이익이 전혀 나지 않는 ‘소득 0원’ 개인사업장이 105만 곳에 달한다는 점이다. 전체 개인사업자의 8.7%가 사실상 적자 상태이며, 연소득 1200만 원 미만의 자영업자는 67%로 열 명 중 일곱 명이 월 100만 원도 벌기 어려운 현실에 놓여 있다. 생계형 자영업이 다수인 한국의 구조적 한계가 통계로 확인되고 있다.한국의 자영업 비중은 OECD 30개국 중 5위로 여전히 높다. 수요보다 공급이 많은 상태에서 도소매·음식업 등 특정 업종에 과도하게 몰리는 출혈 경쟁은 불가피하다. 여기에 소비 양극화까지 겹치며 기존 자영업의 주요 고객층이 점점 줄고 있다. 소비가 초저가와 초고가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중간 가격대를 기반으로 한 자영업 시장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내수 침체는 이러한 악순환을 더욱 가속한다. 지난해 소매판매액은 전년 대비 2.2% 감소하며 21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실질 소매판매량 역시 2022년 2분기 이후 12분기 연속 감소하고 있다. 이는 자영업자들이 빚에 의존해 버티는 상황을 낳고, 결국 올해 1분기 취약 자영업자의 대출 연체율은 1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지금의 소비 양극화는 단순한 시장 흐름이 아니라, 자영업 생태계를 무너뜨리는 구조적 리스크다. 초저가와 초고가 소비가 양극단에서 급성장하는 동안, 기존 자영업자들이 기반으로 삼아온 중간 시장이 사라지는 흐름이 지속된다면 지역경제와 국가경제의 체력은 급격히 약해질 수밖에 없다.이제 자영업 정책은 단순 지원을 넘어 구조 혁신 중심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경쟁 과밀 업종에 대한 창업 억제와 업종 전환 지원 ▲디지털·데이터 기반 경영 역량 강화 ▲지역 상권 회복을 위한 공공–민간 협력 모델 구축 ▲ 채무 조정, 재기 지원, 폐업 후 재도약 프로그램 강화한국개발연구원(KDI)은 “자영업 생태계가 무너지지 않도록 장기적이고 세밀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영업의 위기는 개인의 실패가 아니라, 고용·소비·경기 전체로 이어지는 거시경제의 위기이기 때문이다.오늘 우리는 소비 시장의 양극화를 넘어, 이 흐름이 자영업의 붕괴로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자영업이 무너지면 지역경제의 활력은 물론, 한국 경제의 체력 자체가 약해진다. 소비의 두 세계가 더 멀어지기 전에, 우리 경제의 균형을 회복하기 위한 구조적 대응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