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미디어뉴스 이원영 기자 ] 우리가 바로 키오스크 달인이다.
인천시사회서비스원 인천고령사회대응센터는 노인들이 직접 키오스크 안내판을 만드는 ‘고령친화 환경 조성을 위한‘키‧달(키오스크 달인)’ 사업’을 진행한다고 22일 밝혔다.
“고수가 왔네, 고수가 왔어.”
이달 초 미추홀노인복지관 컴퓨터실이 북적북적하다. 70대 이상 어르신들 20명이 실제 음식점에서 사용하는 테이블용 키오스크 한 대와 입식 기계 두 대 앞에서 신중하게 음식을 주문한다. 현장 실습 전 마지막 시간이라 잘했던 일도 실수한다.
“더치페이가 뭐야. 이건 상관없어. 그냥 터치해 터치.”“아이고, 장바구니에 넣어야지.” 주문하는 사람은 한 명인데 옆에서 훈수 두는 사람은 서넛이다.
류수자(88) 씨는 “디지털 모르면 뒤처지니까 그러지 않으려고 이 수업에 참여한다고 했다”며 “어딜 가든 누구 도움도 받지 않고 혼자 해보고 싶다. 커피 주문, 영화관 예매도 빨리 배워서 대학생 손주들에게 영화 한 편 쏠거다”고 말했다.
현장에 나가자 자신감이 샘 솟는다. 어르신들은 8월 한 달간 매주 1~2회 인근 식당과 영화관 등에서 모인다. 그동안 연습한 대로 직접 키오스크를 눌러 주문을 해보는 시간이다.
어르신들 사이에 ‘고수’로 통하는 손소자(82) 씨는 “친구들과 함께 카페에 가서 주문도 하고 친구들에게 키오스크 사용 방법을 알려주기도 했더니 식당 주문은 이제 쉽다”며 “배우기 전에는 나도 모르게 움츠러들고 했는데 익숙해지니까 자신감과 용기가 생긴다”고 말했다.
고령센터는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 공모사업으로 미추홀노인복지관과 손잡고 키오스크 달인 사업을 진행 중이다. 복지관을 이용하는 노인 20명이 참여한다. 7월 말~9월 초 6번에 걸쳐 집중 훈련한다. 전문가와 연습을 2차례 하고 최근 키오스크 사용이 급증한 카페, 음식점, 영화관 등을 직접 찾아가 실전에 나선다. 이러한 경험을 기반으로 9월 중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키오스크 안내판도 만든다.
앞서 지난 6~7월 노인시설 이용자 100명에게 키오스크 이용 실태조사를 한 데 이어 7월 고령친화도시 이론 교육을 진행했다.
여기에 신한은행도 손을 보탰다. 신한은행과 협업해 어르신들이 제작한 안내판을 신한은행 인천지역 주요 영업점에 부착한다. 더 많은 노인이 이용해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또 참여 전후로 자아존중감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도 조사한다.
황흥구 인천시사회서비스원 원장은 “노인 세대에 필요한 맞춤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 고령친화도시 인천을 만드는 데에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