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미디어뉴스 이원영 기자 ] 극지연구소 (소장 강성호)는 과거 홀로세 온난기(11,000-5,000년 전) 북극해 관문에 위치한 노르웨이령인 스발바르군도 북부에 분포했던 거대 빙상 후퇴 가속화 양상을 처음으로 복원하여, 오늘날 지구온난화에 따른 빙하 용융이 비가역적으로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 설명하였다.
최근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지구온난화는 빙권(cryosphere)의 면적과 부피를 빠르게 감소시키며, 해수면 상승과 연안침식 및 해양 생태계 위협 등 인류 생존과 직결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가 2021년 발표한 제6차 보고서에서 “지구온난화에 의한 빙하 감소에 따른 해수면 상승은 점차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며, “지구온난화의 영향을 직접 받는 빙하거동에 관한 지속적인 관측자료의 획득과 함께 과거 기후변화기록 복원을 통해 보다 정확한 예측 및 대응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였다.
극지연구소 빙하환경연구본부 연구책임자인 남승일 박사는 “2017년 한국-노르웨이 국제공동탐사 동안 북부 스발바르 피오르드 해역에서 획득한 여러 점의 코어 퇴적물에서 광물 조성을 분석하여 과거 16,000년 전 스발바르 북부에 존재했던 빙하의 거동과 후퇴 양상을 처음으로 복원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한국을 비롯한 노르웨이, 프랑스, 독일이 공동 참여한 연구를 통해 “빙하가 후퇴하는 과정에서 방출되는 막대한 양의 철이 빙하 인접부에서 빠르게 퇴적되는 성질에 착안하여, 퇴적물 내 철산화광물 함량 변화를 바탕으로 시기에 따른 빙하의 위치를 추적하여 빙하 후퇴 속도를 산출하는 방법으로, 스발바르 북부 빙하가 10,800년 전 급격히 가속화되어 후퇴한 것”이 공동연구팀에 의해 처음으로 밝혀진 것이다.
논문의 제1저자인 극지연구소 장광철 박사는 “홀로세 온난기 동안 점진적이었던 대기 및 해양 온도 상승을 볼 때, 빙하 용융이 온도 변화에 선형적으로 대응하지는 않는다”며, “과거 10,800년 전과 최근 그린란드 해양기저빙하 후퇴 가속화가 관찰된 2000년 여름철 대기 온도가 매우 유사하다는 것을 볼 때, 과거 북극 스발바르 빙하 후퇴 가속화 현상을 온도 임계점(threshold 또는 tipping point)을 넘어선 빙하의 비선형적 용융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교신저자인 남승일 박사는 ”오늘날 특정 온도 이상에서 빙하가 급격하게 용융되는 현상을 지시하는 온도 임계점 가설이, 본 연구에서 수행된 과거 빙하거동의 환경복원 사례를 통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가설의 신빙성을 획득하였다“고 설명하였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과학기술정통부/한국연구재단으로부터 지원받는 국가연구개발사업(R&D)(“북극 스발바르 기후ㆍ환경 취약성과 회복력 이해”)으로 수행되었으며, 3월 1일에 게재된 국제 저명 지구행성과학 학술지인 Earth and Planetary Science Letters 紙에서 밝혔다.
스발바르 비데피오르드 시추코어 퇴적물 내 지난 16,000년 전 이후 철산화광물 함량 변화를 활용한 빙하의 확장 경계부 추적결과
(그림 설명) 스발바르 북부 대륙붕에서 피오르드 내부에서 획득한 4개의 코어 퇴적물에서 분석한 철산화광물 함량은 일반적으로 마지막 최대 빙하기 이후 해빙기(그림에서는 16,000-11,700년 전 이전)에는 상대적으로 풍부한 반면, 초기 및 중기 홀로세(11,700 ~ 4,000년 전) 급격히 사라지는 특성을 보인다. 주목할 것은, 이러한 감소 양상이 동시다발적인 것이 아니라 순차적으로 발생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마지막 최대빙하기(약 21,000년 전)에 스발바르 북부 대륙붕까지 확장했던 빙하가 피오르드 내부로 후퇴하는 과정에서 유출되는 막대한 양의 철이, 멀리까지 운반되지 않고 빙하 인접부(본 연구에서는 ~70 km로 추정)에서 배타적으로 쌓이는 과정에서 발생한 결과로 유추된다. 예를 들어, 대륙붕 퇴적물 내 철산화광물 함량이 유의미하게 사라지는 12,300년 전(맨 왼쪽 그림), 빙하는 대륙붕 퇴적물 획득 지점으로부터 약 70 km 후퇴하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림 설명) 위의 방법 적용하여, 시간에 따른 빙하 후퇴 속도 변화가 계산되었다 (왼쪽 아래 그림). 계산에 따르면, 마지막 최대 빙하기가 끝나고 해빙기가 시작되어 홀로세로 갈수록 빙하 후퇴는 점차 빠르게 진행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당시 해양 및 대기 온도 상승에 따른 결과로 해석된다(왼쪽 위 그림; 해양 자료는 없음). 그러나 당시 해양 및 대기 온도가 점진적으로 상승했던 것과 다르게, 빙하 후퇴 양상은 10,800년 전을 기점으로 매우 급격하고 빠르게 진행되었다. 이러한 양상은 최근 관찰된 그린란드 해양기저빙하 후퇴 양상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대기 온도 상승을 반영하듯 점진적으로 빠르게 진행되던 빙하 후퇴가, 2000년을 기점으로 급격히 진행된 것이 그것이다(아래 우측 가운데 그림). 빙하 후퇴 가속화가 발생한 두 시점의 대기 온도는 거의 일치한다는 점을 볼 때(왼쪽 및 위 가운데 그림), 이는 기후 온난화에 대한 빙하의 비선형적 반응으로 해석할 수 있으며, 앞으로의 지구 온난화를 고려하였을 때(위 오른쪽 그림), 빙하 용융은 보다 빨라질 것으로 예측된다(아래 오른쪽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