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미디어뉴스 이보영 기자 ] “이 다리를 건널 때마다 그때가 떠올라요.”
1905년, 왜관과 경북 내륙을 잇는 관문으로 놓였다가 일제강점기엔 물자 수탈에 동원되고, 6·25전쟁 때는 중간을 끊어 북한군의 남하를 막아냈던 호국의다리. 정확히 120년을 맞은 이 다리 난간에, 같은 세월을 견딘 흑백사진 120장이 줄지어 걸렸다.
전쟁의 상처를 견뎌낸 얼굴, 시장 골목을 가득 채운 웃음소리, 자전거를 끌던 소년…. 다리의 나이만큼이나 긴 왜관의 이야기가 강바람에 흔들리며 다시 숨을 쉰다.
‘120년의 추억 나들이 – 호국의다리 사진전’은 단순한 전시가 아니다. 신혜영 단장을 비롯한 왜관읍문화도시사업추진단원들이 6개월간 골목마다 발로 뛰며 모은‘주민 기억’의 결과물이다. 주민센터 창고, 오래된 병원 진료실, 어르신 손안의 낡은 사진까지—이름 없는 수많은 손길이 다리 위 작은 갤러리를 완성했다.
단원들은 서랍 속 앨범을 찾아내고, 사진 속 장소를 주민과 함께 다시 걸었다. “이분 지금도 여기 사시나요?”라는 질문이 뜻밖의 상봉과 눈물로 이어졌다. 그렇게 모인 120장은 ‘120년 된 다리’와 함께 ‘120년을 살아 낸 사람들’의 시간을 한 줄에 꿰어 놓았다.
전시는 6월 21일부터 28일까지 계속된다. 다리 자체가 전시장이 되어 과거와 현재, 사람과 기억을 잇는다. 발걸음을 멈춘 주민들은 사진 앞에서 눈시울을 붉히며 “이 다리를 건너며 내 인생도 저기 있었구나”라고 말했다.
신혜영 단장은 “사진 한 장을 얻으려 서너 번 찾아간 집도 많았다”며 “이건 단장 혼자가 아닌, 추진단 전체가 함께 만든 시간”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억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연결되는 것”이라며 “다리의 120년과 왜관 사람들의 120년이 이번 전시로 한데 이어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