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만 분광기로 관찰된 얼음 결정들 사이, 얼지 않은 영역에서 일어나는 화학반응. 독성이 높은 6가 크롬 (붉은색)이 농축됐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감소하는 (연두색) 것으로 확인됨)
극지연구소 (소장 강성호)는 얼음에서 일어나는 특별한 반응을 활용해 오염물질을 제거하고 유용한 물질을 회수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극지연구소와 한림대학교,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UST),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학교 (CALTECH), UC어바인 등 국제공동연구팀은 크롬과 요오드물질이 섞인 액체를 얼렸을 때, 발암물질인 크롬의 독성이 감소하고 요오드는 산업에 활용 가능한 형태로 바뀌는 것을 확인했다.
크롬의 독성은 약 20분 만에 거의 사라졌는데, 상온에서 동일 조건으로 실험했을 때 화학반응이 미미했던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차이이다.
화학반응은 일반적으로 낮은 온도에서 서서히 일어난다고 알려져 있지만*, 얼음이 얼어붙을 때는 물에 녹아 있던 성분들이 얼음 결정들 사이로 모이면서 반응속도가 오히려 빨라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아레니우스 이론: 화학반응의 속도는 반응 시 온도에 의존하며, 온도가 상승하면서 분자들의 활동 증가로 반응속도 빨라짐
동결농축효과 (Freeze concentration effect): 물이 얼음으로 바뀔 때 특정 성분들이 얼음 결정들 사이, 얼지 않은 영역으로 모이면서 해당 성분의 농도가 수천~수십만 배 이상 증가하는 현상
연구팀이 사용한 크롬-요오드 혼합 액체는 LCD공장에서 배출하는 폐수와 비슷한 성분으로, 해당기술을 산업현장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얼음에서 화학반응을 마친 요오드는 제약업 등의 산업 공정에 촉매로 쓰일 수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환경 분야 세계적인 권위의 학술지 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 (ACS)에 발표됐으며, 연구의 독창성과 우수성을 인정받아 2020년 12월호 표지논문 (Cover Paper)으로 선정되었다.
* 논문 : Freezing-Induced Simultaneous Reduction of Chromate and Production of Molecular Iodine: Mechanism, Kinetics, and Practical Implications (Environ. Sci. Technol. 2020, 54, 16204 –16211)
얼음의 화학적 특성을 활용한 연구는 극지방 실용화 기술 확보를 목표로 해양수산부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으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선정하는 ‘2020년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 100선’에도 선정됐다.
김기태 극지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산업폐수 처리와 유용자원 확보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얼음의 특별한 반응이 확인된 것”이라며, “얼음의 정화 기능이 다른 물질들에서도 작동하는지 연구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라고 전했다.
경인tv뉴스/ 이 원 영 기자